솔로도 공연보게 해주세요

11 April 2009 6 Comments Category: 생각의 소리


오랜만에 공연을 보게 되었다. 정말 이게 얼마만에 찾는 극장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혼자 공연장을 찾는 것이 예전 같이 편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된다.

그래, 하나 물어보자.

왜 커플들만 공연을 볼 수 있는거죠? 솔로는 혼자 연극보러 가면 안되나요.
솔로도 마음 편히 공연보게 해주세요! 네? 

.. 응? 솔로도 공연 볼 수 있다구? 어, 근데 왜 늘 ‘한 분이세요?’, 혹은 ‘혼자세요?’ 라는 의혹에 찬 질문을 받아야 하는건데.. 꼭 혼자 오면 안되는 것 같잖아. 뭐, 따지고 보면 표 파는 분 입장에서는 몇 장인지 묻는게 당연한건데.. 그래, 나 혼자 뜨끔한거다. 남들은 신경도 안쓰는데 괜히 내 스스로 비참함을 느낀거다. 다 내 잘못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혼자 보는 공연이 더 재미있을 때가 있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작품 고르는 것도 내 마음대로, 공연 내내 나만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혼자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때만 해도 정말 혼자 잘 노는게 자랑이었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길 바랐다. 바쁜 와중에도 한달에 한두 편씩은 꼭 찾아서 봤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공연 보는게 유일한 돌파구이기도 했다.

적어도 ‘혼자’ 보는 것이 낯설어지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든 반복하면 익숙해지는 것이 이치이다. 돌이켜보면 어지럽던 안경이 그랬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불편하던 치열교정기가 그랬다. 숨가쁘게 오르던 4층 교실이 그랬고, 보기만 해도 막막하던 해부학 책도 그랬다.

근데 살다보니 반복되면 될수록 어색해지는 것도 있더군. 

내게는 ‘한 분 이세요?’ 라는 그 질문이 그랬다. 어느 순간 나 혼자 하나의 섬이 된 느낌이 들게 하는 질문. 그동안 내가 주장하던 자유로움은 어쩌면 공허한 자기방어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웃지만 외로움을 느낀거다. 혼자보는 즐거움 보다도 즐거움을 나누는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을 끝내 부정하지 못한 것이다. 

좋은 것은 나 혼자 가슴에 품을 때보다 함께 나눌 때 더 행복하다. 상대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와의 공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행복일 것이다. 어디 물건만 그럴까. 어디 사랑하는 사람만 그럴까.  

오늘, 이제 한시간 정도 있으면 아직은 친하지 않지만 이렇게 조금씩 친해져갈 친구들과 뮤지컬 헤드윅을 볼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보는 공연이어서 더 기대가 된다. 

근데.. 초대권 4장을 들고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떠오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내가 알게 모르게 사람 욕심이 많나보다. 결국 결정을 못하고 후배에게 일임했다. 내가 데려가면 꼭 속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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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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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천을 할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 orz
    근데 저도 혼자서 잘 다녀요 :)

    chatii 11 April 2009 at 4:40 pm Permalink
    • @chatii, 혼자서도 부족함이 없을 때 누군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야 나눠줄 수 있지 않겠어요 ^^

      LUV™ 11 April 2009 at 11:47 pm Permalink
  2. 그래서, 극장엘 가지 않는다는…쿨럭…–;

    JK 15 April 2009 at 9:58 am Permalink
    • @JK, 좋은 공연 많이 소개하시면서 안가시면 어쩝니까, 하하. 많이 보시고 더 많이 알려주셔야지요! 그러려면.. 어서 커플이 되세요.

      LUV™ 15 April 2009 at 5:55 pm Permalink
  3. 저도 요즘 혼자 영화보고 돌아다니는게 너무 편해져서
    이제 누가 영화볼래?…그러면 누구랑???
    이런 대답이 나와요 ㅠㅠ

    황금달빛 18 May 2009 at 9:21 pm Permalink
    • 하하하. 이거 웃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

      LUV™ 24 May 2009 at 2:14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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