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고지와 비밀 누설
유재석-나경은 부부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축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축하의 고마움과 기쁨 보다도 개인 사생활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진료 결과를 타인에게 누설한 ‘아는 언니’i를 두고 의료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한데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유명 연예인 부부의 임신 사실을 지인에게 알린 의료인의 행동은 과연 큰 죄일까요?

의료법에는 다음과 같이 환자에 대한 비밀 누설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제19조 (비밀 누설 금지)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은 팬들을 위해 공개되어야 한다는 특별 규정이 있는게 아닌 이상. 의료법 19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충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로 인정되면 해당 의료인은 그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의료법 제88조 (벌칙) 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17조 (업무상비밀누설) 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형법317조 업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되면 의료인 면허가 취소됩니다.ii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 사례: 남편의 매독을 부인에게 알린 의사
『성기와 항문 주위의 무통성 궤양을 주소로 병원을 찾은 사업가 A씨는 매독으로 진단되었다. 한달 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일주일 전 귀국했으며 중국에 있는 동안 거래처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 귀국 이틀 후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 전염을 우려한 의사는 부인도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A씨는 자신의 과오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않아 부인에게 비밀로 할 것을 부탁했다. 의사는 고민 끝에 A씨의 부인에게 남편의 성병 사실을 알리고 검사를 권유했다.』
진료 중 알게된 사실을, 그것도 성병이라는 민감한 내용을 배우자에게 알린 의사를 비밀 누설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의료법 제19조에서 의료·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생명·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난을 피하기 위해 비밀을 누설한 경우, 즉 성병을 치료한 의사가 전염을 막기 위해 배우자에게 사실을 이야기하는 경우라던가 버스 기사의 간질병을 치료하고 사고를 피하기 위해 관계 관청에 신고한 경우는 예외가 됩니다. 이 외에도 전염병 예방법 제4조 (의사의 신고와 보고),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5조 (의사 또는 의료기관등의 신고) 에 의해 비밀을 고지하도록 의무가 지어진 경우는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릴 때에도 요령이 필요할 것입니다. 환자의 성병 사실을 알리고, 배우자가 검사를 할 필요성을 이해시키는게 중요하지 배우자의 외도나 감염 경로에 대해서 시시콜콜 밝힐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비밀에 부쳐둘 것과 알릴 것을 잘 구분해야겠지요.
지난 3월 하이닥에서 ‘당신의 성병, 배우자나 애인에게 알리시겠습니까?‘ 라는 주제로 투표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30%는 본인 치료가 완료된 후에 알린다고 하였고, 13.7%는 절대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데 알리기를 꺼려한다면 병의 전염 위험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겠죠. 실제 임상에서 위 사례와 비슷한 일이 종종 생길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환자와 배우자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출처: 하이닥 건강투표 여론장
현행법상 비밀누설죄는 앞서 서술한 것과 같지만 형사사건으로 처리된 실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법제처에서 관련 판례를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가 않더군요. 어쩌면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국민이 의사를 신뢰하고, 의사가 치료에 전념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이 유명무실하다고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환자의 정보가 대량으로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누설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료기관 사이에 환자 정보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이야기지요. 이렇게 정보유출의 가능성이 커질수록 비밀누설 금지 규정의 존재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고 비밀 준수에 대한 인식 역시 보다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 포스트는 코리아 헬스로그에 ‘환자 부인에게 전염되는 성병, 의사는 알려야할까 말아야할까?‘ 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습니다.
관련사이트
– 법제처 http://www.moleg.go.kr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
- 몇몇 언론에서는 간호사라고 칭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이라고 가정하고 글을 진행합니다. [↩]
- 허위진단서, 위조사문서, 낙태, 업무상비밀누설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됩니다. 참고로 살인은 면허 취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이번 포스팅~ 헬스로그를 통해 기사로 내보내도 될까요~ ?^^;
예, 저야 제 글이 널리 소개되면 기쁜 일이죠. 헬스로그 개편 초기라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많이 바쁘시죠? 헬스로그 초창기부터 지금 모습까지 보아왔지만 이 성장세가 믿기지 않습니다. 선생님, 최고!
헬스로그에서 문의했는데… 그냥 궁금해서 다시 한번 문의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한 질문중 하나인데요.
실제로 두번째 같은 사례로 법적인 판단이 된 경우가 있는지요?
사실 두번째 사례는 그냥 지어낸 것 같습니다. 부인에게 말을 했을때 과연 이것이 의료법 위반이냐…아니냐는 법원에 가봐야 할 듯 합니다. 그동안의 의사로서의 소송에 대한 자괴감, 환자를 보지 못하는 시간적, 비용적인 문제, 그리고 소송에 대한 주위의 소문등….개인의사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 큽니다.
실제로 저는 그냥 위의 내용을 동반한 배우자에게 말을 했다가 이혼직전까지 가고, 이에 대해서 법적인 범위까지 갈 뻔 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진료실은 환자의 고함소리로 난리가 났었죠.
이것에 대한 실제의 법적인 판단이 궁금합니다. 단순히 법에서 이러이러하니까 괜찮다라는 것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학생 입장이라 실제 임상에서는 어떤지 궁금했는데 법정 문제로 이어질 뻔 한 경험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판례가 있는지 궁금했서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제 능력 범위에서는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만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가 흔하지 않나봅니다.
수업시간에 남편이나 부인에게 꼭 알리고 함께 치료받도록 해야한다고 배웠고, 그 사실을 알려도 비밀누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교수님께서도 토를 하나 다셨습니다. 말을 하긴 해야하는데 그러고나면 동네에서 장사 못 할 수도 있다고…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환자 난동과 등쌀과 동네 이목 때문에 문 닫을지도 모른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얘기가 떠올라서 개원하신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시나 궁금했는데 두빵 선생님 말씀대로 고충이 있군요.
법적으로야 뭔가를 가려야 하겠지만..
자율학습 시키면서 떠들지 말라고 하는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의학적/법적인 의무와 환자와의 관계 유지 사이에서 의사의 입장이 곤란할 것입니다. 특히나 개인의원이라면 환자와의 관계 때문에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