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실습 시작도 전에 삐끗

25 February 2009 2 Comments Category: 의학적 수다


지난 1년 PK 실습을 마치고, 이제 실습은 한 학기만 남았다. 남은 과목은 기초교실, 마이너과, 그리고 특수클리닉이다. 선택수업이다 보니 작년과 달리 스스로 과목을 고를 수 있다. 그래봐야 100여명의 학생이 인원 제한에 맞춰 섞이지 않게 들으려면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다.

지난 뭘요일, 모든 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실습 시간표 짜기에 돌입했다. 순번을 정해서 지정된 자리에 앉고, 우선순위를 한줄씩 뒤로 이동하며 각자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20주에 걸친 실습 스케줄을 완성하였다. 다행히 중간에 실수나 혼란이 없어서 5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몇몇 원하는 과목을 고를 수는 있었지만, 우선순위가 밀렸던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남은 과목을 골라야했기 때문에 시간표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무작위로 배정하는 학교도 있다던데 그에 비하면 낫다고 봐야지.

수술복 안입기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긴 시간 집중했더니 피로가 몰려와서 다음날이 되어서야 실습 스케줄을 정리했다. 재활의학으로 시작해서 법의학까지는 좋은데 뒤로 갈 수록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관계로 힘들다는 마이너과가 차곡차곡 쌓인다. 초기에 힘들게 하고 차차 쉬워지는게 훨씬 좋은데라는 아쉬움에 씁쓸해하던 중에 문자가 왔다.

실습 스케줄에 대한 공지가 있으니 확인하라는 문자. 서둘러 공지를 확인했는데 부아가 치밀었다. 스케줄 조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단다. 누군가 중간에 실수를 해서 시간표가 꼬인 것도 아닌데 왜?

모 과에서 20주 내내 실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 수를 줄인 것이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몇 차례 행정실에 사정을 전했다는데 행정실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시간표를 다시 짜야하는데, 앞서 말한 과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과에서도 인원이 한두명 씩 줄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악명 높은 과에도 가야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 아으, 답답해.

첫 날 시간을 낭비한 것도 화가 나고, 시간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도 화가 나지만 정말 부아가 치미는 것은 학교의 태도이다. 당장 다음주가 개강이고 실습 시작인데 제대로 정해진 것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선택 실습 외에 필수로 듣는 다섯 과목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시간이 나오지 않았고, 실습에 대해서 교수님이나 각 과와 행정실 사이에 협의 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현 상황을 보면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기는 한걸까 싶다.

반대 의견을 무릅쓰며 의과대학에서 의전원으로 전환 후 등록금은 배로 올리는 대신 교과과정에 변화도 주고, 해외 교류도 늘이는 등의 노력이 없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수업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야. 학교 측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발로 뛰며 조율을 해야하는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학교측은 늘 의전원 학생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크고 그만큼 관심있게 지켜본다고 한다. 본인은 의전원이 아닌 의과대학 출신이긴 하지만 의전원생과 함께 공부하는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걱정할 것은 의전원생의 능력이 아니라 의전원생을 교육하는 학교측이다. 그간 의과대학생에게 해왔던 천편일률적이고 매년 반복되던 과정을 고수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교육과정에 변화를 주고 새로 개편하려는 의지는 보이는 것 같은데 왜 제대로 하지를 못하는가. 제발 충분한 준비기간을 마련하고 추진하자.

금요일, 또 하루의 시간을 바보같은 일에 쏟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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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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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태 형이신가요?ㅎ
    안녕하세요 03학번 서혁수라고 합니다.
    닥블에세 글을 봤는데 우리학교 학생 같아서요^^;;
    사진 보니 구태형 같으시네요ㅎㅎ
    이렇게 형 블로그를 접하게 되니 반갑네요.
    형~ 4학년 실습도 화이팅이에요 ^^

    HUXU 26 February 2009 at 2:08 am Permalink
    • 닥블에서 봤다니 더 반갑네 ^^ 본교에서 수련하면 한 학기 동안 오다가다 심심찮게 볼 수 있을텐데, 수련은 어디서..?

      LUV™ 26 February 2009 at 11:43 a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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