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점심 시간의 외출

16 October 2006 2 Comments Category: 생각의 소리


모두가 분주한 월요일, 그래서인지 홀로 여유를 즐기기가 더 어려운 한 주의 첫날입니다.

다른 날에 비해 유난히 출근길이 정체되고, 다른 날에 비해 유난히 쉽게 지키고, 다른 날에 비해 유난히 하루가 정신없는 한 주의 첫 날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교과서를 덮고 가벼운 책 한권을 옆에 끼고 강변으로 향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대던 곳이 적막함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걷고 있는 이 길이 저토록 멀리 뻗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길 옆으로 흐르는 강물이 잔잔한 소리를 내고 있음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헤엄치는 오리도 보이고,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가는 개미도 보입니다.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할 일없는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조용하고 따뜻한 자연의 품을 홀로 맘껏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좋았거든요. 살짝 발걸음을 옮겨 잔디 사이로 나 있는 흙길을 걷습니다. 폴폴 날리는 흙먼지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뿌옇게 펼쳐집니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합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낙엽 하나가 책 위로 떨어집니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장면인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아직은 파란 잎들 사이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하루 한번, 하루 30여분, 흙길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벼랑 끝에 몰린 듯한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초조해하고 조바심내며 안달하던 내 자신을 왜 돌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온종일 책만 봐도 그날 복습을 다 할 수 없는 숨막히는 과정이지만 한번씩 내 안에 가득한 근심과 불안을 비울 수 있는 오늘과 같은 외출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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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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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인 같으세요…-_-;; 멋지세요ⓑ

    얼리어답터 16 October 2006 at 6:43 pm Permalink
    • 주위 의식하지 말고 날씨 좋은 날 공원나들이 한번 해보세요. 미국 가신다니까 도심 속 공원이 제일 부러워요. 도심이 아니라도 크고 작은 공원 많은게..

      luv4™ 17 October 2006 at 6:15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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