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극단 뮤지컬『로미오와 줄리엣』후기

27 October 2006 6 Comments Category: 공연문화 → art


대구시립극단 특별 앵콜 공연 뮤지컬’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왔습니다.

지난 7월 두류공원 야외 무대에서 선보인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실내로 옮겨 앵콜 공연이 열렸습니다. 대구시립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을 새롭게 각색해 지역적인 색채를 띄게했고, 곳곳에 웃음을 일으키는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몬테규 가문과 캐프릿 가문의 대립구도는 East Castle(동성)과 Aroma Village(향촌)의 대립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동성로파와 향촌동파라는 대구 지역 최고의 두 조직이 무대에 올려지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각색에 33곡이나 되는 순수 창작곡이 더해져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예매가 늦어 제일 앞줄 자리 가운데 자리를 겨우 잡았습니다. 손을 뻗으면 배우가 닿을 듯한 느낌은 좋았지만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잠시도 고개를 쉴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드라이아이스는 얼마나 뿌려대던지 무대를 가득 덮고 관객석 앞자리까지 슬금슬금 내려오는데 발이랑 손이 시렵더군요. 그래도 배우와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아시는 분이라면 절대로 불평할 수는 없겠지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레이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요정 역을 맡은 조혜림씨가 바로 앞에서 눈을 마주보며 노래하는 동안 얼마나 떨리던지..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인공일진대 공연 내내,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나서도 제게는 요정이 주인공이 되버렸습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줄리엣 역의 황지혜씨는 듣던대로 대단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공연 첫날이라 목이 덜 풀린 것인지 한번 작은 실수를 한 것이 딱 걸리긴 했지만 그것마저 다 묻혀버릴 만큼 훌륭한 실력이었습니다. 로미오 역의 고봉조씨 역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구요. 많은 작품을 통해 실력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분입니다. 그동안 감미로운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실력이 부러웠는데 오늘은 조각같은 몸매까지 부러워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이라면 대사전달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는데 마이크 문제일 수도 있겠죠. 초보관객이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습니다. ^^

주요 인물들의 개성있는 연기가 아직 눈에 선합니다. 주인공인 로미오, 줄리엣은 말 할 것도 없고 잠시도 웃음을 멈출 수 없게 해주는 로렌스 신부님, 귀여운 요정, 카리스마의 티볼트, 왈가닥 아줌마 같은 산드라, 짧은 등장으로 소녀와 아가씨 팬들을 사로잡은 패리슨,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감초 머큐쇼. 물론 배우이기는 하나 어떻게 저런 끼를 타고났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각색으로 인해 초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으나 중반부를 넘어서서는 고전의 내용에 충실하게 되면서 슬픔과 감동을 잘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초반부는 기대하던 것과 다른 내용에 조금 당황했거든요. 꼬마 관객들도 많은데 다소 선정적인 표현들이 거슬리기도 했구요. 하지만 극이 전개될 수록 박수 소리는 커졌고, 점차 관객 모두가 무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믿습니다.

막이 내리는 순간 ‘내일 또 봐야지’하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7000원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지역극단의 작품도 전국 투어를 하는 유명 흥행작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는데에는 의심이 없습니다.

아쉽게 내일 표는 구하지 못했지만 토요일 마지막 공연을 다시 예매했습니다. 그 날은 오늘 산 실황앨범을 들고가서 배우분들의 사인을 받고, 사진도 같이 찍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름다운 만남과 슬픈 죽음을 노래로 만나보세요. 실황앨범 OST 17, 29, 30번 트랙입니다. 차례대로 ‘사랑이란’, ‘마지막 사랑1′, ‘마지막 사랑2′ 입니다.



오늘 밤 꿈에 요정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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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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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공연을 즐기실 줄 아는 관객을 만나 공연 기획을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들러 코멘트 남기겠습니다.

    참고로 실황음반답게 현장감(^^*)있는 부분도 있죠?^^*

    시립극단 27 October 2006 at 12:54 pm Permalink
    • 그동안 왜 지역극단의 공연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지.. 참 후회스럽습니다. 어제의 감동이 아직도 느껴지네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흔히 프랑스 작품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역 극단이 힘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luv4™ 27 October 2006 at 10:34 pm Permalink
  2. 저는 금요일 공연을 봤습니다. 동생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luv4™님 말씀처럼 왜 이제껏 이런 공연을 몰랐었는지…
    이번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본건 참 행운인거 같습니다.
    저렴해서 별로 기대는 안하고 갔는데 어떤공연보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공연CD가 있는지 몰라서 못샀는데 뮤지컬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 찾던 중이었습니다. 이렇게 올려주셔서 너무 잘들었어요.
    혹…괜찮다면 다른 곡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

    찐 ^^ 29 October 2006 at 4:22 pm Permalink
    • 목요일에는 조용히 판매하던 음반이 토요일에는 시장에서 떨이하는 것처럼 목청껏 외쳐가며 판매하더군요. 전 첫날 객석에서 나오자마자 샀는데 의외로 별로 안팔렸나봅니다.
      블로그 상단에 있는 제 이메일로 연락주시면 원하시는 곡을 보내드리거나 음반구입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OST 전곡은 허락을 받은 후 올릴 예정입니다.

      luv4™ 29 October 2006 at 7:18 pm Permalink
  3. 1주일동안 너무 바빴답니다 ^^
    이렇게 답글을 달아주신것도 몰랐네요. 고맙습니다!
    오늘에서야 또 음악이 듣고싶어 들렀답니다.
    들을때마다 감동적인~음…생각나는 노래가 한곡있는데
    메일 보냅내다 ^^

    찐 ^^ 6 November 2006 at 2:34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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