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절도하는 그들을 만나다 (시립극단 '집도절도')
그들은 집을 절도한 것으로 모자라서 저의 스트레스까지도 훔쳐갔습니다.
정말 말이 필요없을 만큼 유쾌한 공연이었습니다. 극 중간 가슴 찡한 슬픔에 잠시 숙연해진 사실조차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진짜 웃기는 공연이었습니다.
상업적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공연 현실에서 창작공연의 붐을 조성하고, 실력있는 작가를 발굴하고자 대구시립극단이 적극적으로 나선 ‘제1회 창작초연 소극장 페스티벌’ 참가작 가운데 우수작 두편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번 앵콜 공연의 첫째 작품인 ‘집도 절도‘를 보고 왔습니다.

바람난 딸과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둔 노부부인 장운봉(김은환)과 이별님(김미화). 그 집에 세들어 살게된 강해자(김경선)와 조달봉(조영준). 그리고 자장면 배달부터 가스 배달, 인터넷 설치까지 안하는게 없는 1인다역(권혁). 이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슬플 뻔 한 웃음과 반전에 의한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웃고, 관객을 가지고 노는 연기에 웃고, 관객이 무대에 서서 망가지기까지 해서 웃고, 놀라운 반전에 또한번 웃게 되는 연극입니다.
얼굴만 알고 있던 배우가 아니라 우리를 가르쳐주고 격려해주셨던 선생님들이라 공연을 보는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즐기는 마음이야 한가지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눈이 훨씬 따스했다고 할까요. 연기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소극장이어서 그런지 새로운게 많았습니다. 큰 공연장에서는 미처 몰랐는데 손 뻗으면 닿는 그 곳에서 선 그 분들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만큼 대단했습니다.
냉정한 눈으로 보면 실수가 보일 수도 있고, 아쉬운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평가가 아닌, 연출가가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기 위한 관객의 마음이었기에, 선생님들의 공연을 본다는 설레임이었기에..
이렇게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인데 우리를 가르치는 동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모레부터는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가 무대에 오릅니다.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연극 소개와 선생님들 인터뷰가 나오더군요. 성호 선생님, 동학 선생님의 목소리를 잠결에 듣다가 벌떡 깨었다는 것 아닙니까. 하하.
지난 봄 소극장 페스티벌을 놓치신 분은 이번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를 꼭 잡으세요. 3일은 벌써 매진되었다니 서두르셔야 할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