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옛날 노래를 듣다

13 December 2006 10 Comments Category: 생각의 소리


이른 아침, 잠결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청년의 마음과 같이, 소풍을 앞둔 꼬마의 마음과도 같이. 음악을 듣는 동안 그 음악을 좋아하던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 그 노래를 처음 듣던 그 때의 설레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 나이 또래이거나 그 이상인 분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마음에 딱 꽂히는 음악을 듣게되면 그날부터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공테이프를 넣어놓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노래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노래가 금방 다시 나와서 바로 녹음을 하는 운좋은 날도 있고, 라디오를 켰는데 그 노래가 이미 나오고 있거나 다 끝나가는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가수나 노래 제목도 모른채 짧은 멜로디과 가사 한마디를 흥얼거리며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죠.

제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녹음은 이상우의 노래입니다. 그 뒤로도 녹음은 했지만 딱히 기억도 나지않고, 지금껏 입가에 맴도는 노래는 이것이기에 제게는 마지막입니다.

‘이별없이 사랑할 수 없다고 바람 이토록 모질게도 불었나 그대가 없는 하얀 밤들을..’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서 검색을 해보니 ‘슬픈 그림같은 사랑’이라고 나오네요. 하아.. 검색만 하면 다 나옵니다. 그때였다면 이 가사를 가지고 친구에게도 묻고, 동생에게도 묻고 여기저기 물어보았을텐데..

가장 처음으로 기억되는 곡은 역시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가사는 기억이 납니다. 이건 녹음을 했던 것은 아니고 책거플에 가사를 받아쓴 기억이 납니다.

‘바람 불어와 내 몸이 날려도 당신 때문에 외로운 내 마음..’

역시나 검색을 하니 금방 나오느군요. 조용필 노래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녀석이 조용필을 알았을리 없지요.

이 노래 때문에 반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신 때문에 외롭다’는 가사를 적어놨으니 앞뒤를 모르는 친구들이 보기에는 유치한 사랑 고백으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두 친구의 놀림에 어쩔 줄 몰랐는데 그 친구들은 기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방금처럼 가사 몇 마디만 알면 인터넷을 검색해서 제목도 가수도 알 수 있고, 손쉽게 MP3 파일을 다운받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레코드점에서 테이프를 팔고 있었지만 살 엄두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고, 제목도, 가수도 모르는데 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저 공테이프를 하나 넣고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다가 녹음을 하게되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듣고 또 들었습니다. 행여 녹음된 다른 노래 위에 덮어씌우는 일이라도 생기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ㅜ.ㅜ

요즘은 CD로 깨끗한 음질의 음악을 듣고, 손쉽게 MP3 파일을 구입하고, 길을 가면서도 음악을 듣는 등 그때보다 훨씬 풍요롭고 문화적으로도 풍족한데 한가지.. 낭만이 부족합니다. 글쎄요, 또 20년이 지나고 40년이 지나면 오늘의 모습에서도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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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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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녹음하려는데 DJ가 음악 시작부에도 멘트를 하고 있으면
    어찌나 얄밉게 보이던지…ㅠㅠ..
    요즘같은 세상에는 꿈도 못꿀 일이죠;

    루돌프 14 December 2006 at 1:41 am Permalink
    • 전주는 시작되고 손가락은 녹음 버튼이 올라가 있고 곧 노래가 나올 것 같은데 DJ의 말이 끝나지 않을때의 초조함.. 그리고 방송 끝날때 노래가 나오면 제발 1절이라도 다 나오기만을 바라며 시계를 보던 초조함..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luv4™ 14 December 2006 at 9:50 pm Permalink
  2. 저도 한 동안 노래와 겹치게 멘트 넣는 DJ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
    라디오 녹음도 한 동안 많이 했고, 친구의 음반을 복사해서 듣기도 많이 했죠. 더 좋은 더블데크가 있는 집에 가서 녹음도 하고, 크롬이니 메탈이니 비싼 공테이프도 사고요. 재생시간이 길어지면 테이프 두께가 얇아져 잘 씹히므로 90분 짜리를 애용했던 기억도 나네요.

    첨부하신 사진을 보니, 저 초등학교 다닐 적엔가 집에서 오랜만에 라디오를 구입했는데(아버지 총각시절 구입하셨던 라디오 이후 처음), 저런 모양 비슷한 샘플 테이프가 들어있었어요. 비발디의 사계와 팝송 몇 곡이 들어있었는데, 그 땐 정말 열심히 들었지요. :D

    자유 14 December 2006 at 5:05 pm Permalink
    • 중학교때 처음으로 크롬테이프를 샀었습니다. TDK 제품으로. 그 전엔 집에서 굴러다니던 옛날 테이프 양 홈을 막아서 녹음테이프 대신 사용했었지요. ^^
      위 사진의 테이프는 생긴 것은 제가 어릴때 아버지께서 사오신 라디오+테이프에 샘플로 끼워준 것 같은데, ‘아하’라고 쓰인 걸 봐서는 제가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 나온 것 같군요.

      luv4™ 14 December 2006 at 9:55 pm Permalink
  3. 정말 이제는 추억이네요. 그때는 음악 들을려고 라디오도 챙겨듣고, 음악프로도 챙겨보곤 했었는데요. 누가 테이프나 CD사면 빌려다가 녹음하기도 했었죠. 하, 이젠 너무 쉽게 구하고 즐길 수 있으니 좋긴한데 그만큼 가벼운 느낌에 애정이 적어진 느낌도 있는 것 같아 살짝 아쉽네요^^;

    toice 14 December 2006 at 11:05 pm Permalink
    • 음악과 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나이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워낙 구하기 쉬운게 되버린 현실도 한 몫하고 있겠지요.
      아… 옛날이여…. ㅋ

      luv4™ 16 December 2006 at 5:59 pm Permalink
  4. ㅎㅎ..그래도 아직 젊으신데 낭만을 그리워 하신다니요?
    그런데 진짜로 요즘 라디오 듣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차에서 출.퇴근 하면서 들었는데 지금은 지하철을 이용하고 다녀서 전혀 듣지를 못하네요..전 당장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그립네요..-.-”

    ENTClic 16 December 2006 at 1:46 am Permalink
    • 고등학교때까지 라디오는 제 친구였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에 혼자 살다보니 적막한 집이 싫어서 집에 들어오면 라디오부터 켭니다. 잘때도 라디오로 타이머 설정해놓고 자구요.^^
      달라진게 있다면 옛날엔 음악채널을, 요즘은 시사 채널을 듣는다는거.. 신문대신이지요.

      luv4™ 16 December 2006 at 6:00 pm Permalink
  5. 오후 6시엔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후2시에 cbs93.9에서는 김형진의 FM POPS(아직 하는지 모르겠네요 ) 를 했었는데..선곡이 참 좋았던 기억이나네요 ^^

    저도 중학교때 라디오에 귀길울이면서 녹음버튼 누를준비 하고 있다가..테이프에 녹음하고..ㅎㅎ 근데 혹시나 음악 전주부분에까지 디제이가 침투(?)를 하는 바람에 매우 아쉬워 했던 기억도 나네요 ㅎㅎㅎ

    JooJoo 2 February 2008 at 1:10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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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주의 즐거운세상 블로그세상 | February 2nd, 2008, 1:0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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