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36Km,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영종도.. 후기)

04 March 2007 4 Comments Category: 공연문화 → art


지난 금요일, 대구시립극단 ‘여성 연출가 3인전‘ 첫번째 작품인 ‘영종도 36Km 남았다‘를 보고 왔습니다.

온갖 비리와 부정이 판치고, 가난한 죄로 죽음을 택해야 하고, 능력보다 학연과 지연이 앞서고, 권력으로 약자를 짓밟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영종도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 땅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 그래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 그들은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영종도까지는 겨우 36Km, 이 땅을 떠나기가 그렇게 쉽다는 사실이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그렇게 가깝다는 사실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긋지긋한 이 나라를 벗어나기 위해서 고작 36Km만 가면 된다는 것이..

하지만 그 자리는 공항가는 버스가 다니지 않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들은 그 곳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단 한사람, 만년 과장인 ‘나과장’은 알고 있습니다. 공항가는 버스는 거기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술버릇처럼 이야기합니다. 정류장 팻말에는 쓰여있지 않지만 반드시 온다고.. 공항가는 버스는 꼭 올거라고..

오지도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희망 없이 주저앉은 사람들.

눈부신 성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지 그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과거 성장의 원동력이 사회 분열을 일으키기도 하고,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안이한 행정에 어린 목숨이 희생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의 땅인 대한민국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터전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연극이 대한민국을 고발하고,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희망’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는 나과장의 울부짖음 같은 외침 속에서 느껴졌습니다. 버스 번호가 없어도 온다고 믿으면 진짜로 올 것이라는 이야기에서.. 희망도 버스와 같다는 이야기에서. 아무리 이땅에 희망이 없어 보여도 ‘온다. 와야한다. 오도록 하자. 오게 만들자!’ 하고 믿으면 정말로 희망이 온다는 나과장의 이야기에서.

그리고 거짓말처럼 밝은 등을 비추며 달려오는 버스…

자,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지금 절망에 빠져있다면 모두 나과장처럼 외쳐보는 겁니다.

온다, 와야한다, 오도록 하자, 오게 만들자!!
그러면 온다,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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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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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심가는 작품인데.. 부산 거주자여서 대구까지 보러가기 망설여지네요.
    보게 되는 날이 올까요?ㅎㅎ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아스테르 5 March 2007 at 4:48 pm Permalink
    • 오늘이나 내일은 두번째 작품을 보러 갑니다. 부산 소극장을 한번 찾으시는건 어떨까요. 대구보다 훨씬 큰 도시이니더 활성화 되어 있을 것 같은데..

      luv4™ 10 March 2007 at 9:56 am Permalink
  2. 서양 연극에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이 있다던데, 이 작품도 뭔가를 기다리는군요. 그게 버스군요.
    그런데 원래 오지 않아야 할 버스가 온다니 그것 참……. ^^
    결국 그 버스는 단순한 버스가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우리나라 살면서 이런저런 사회 현실에 실망해서 정말로 이민 가버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노력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텐데요.
    나날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만, 어려운 점이 많긴 하네요. 그럴수록 불굴의 의지로 힘내야겠죠? 우리가 아니면 우리가 살고 후손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진인 이 땅을 누가 지킬까요.

    보드라우미 14 March 2007 at 5:54 pm Permalink
    • 작품 느낌이 ‘고도를 비슷하며’와 비슷했습니다.^^
      마지막에 오지 않는 버스가 오는 장면에서 저 사람들은 버스를 탈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오지 않는 버스가 왔지만 오지 않을 것 같던 희망을 기다리는 편을 택한 사람들을 보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luv4™ 25 March 2007 at 5:01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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