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중심부터 잡아라

27 January 2009 4 Comments Category: 공연문화 → art


한동안 잊고 있던 펀드계좌를 들여다본다. 국내펀드는 손실율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20여%, 해외펀드는 여전히 반토막 행진 중이다. 개중에는 반토막 유지조차 못하고 날로 추락하는 것도 보인다.

그렇다. 경제가 어렵다. 추운 겨울 날 칼바람 속에서 이 경제의 위기를 체감하는 사람이 많다. 비록 몸소 느끼지 못하더라도 주위에서 너나없이 경제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이들도 줄어드는 용돈과 떡볶이 속의 어묵이 줄어드는 것에서 어려운 경제를 투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우리 경제는 장미빛이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흔들리지 않았고, 우리 경제기반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자만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힘을 쓰지 못하고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미국경제와 함께 세계경제가 태풍에 휘말렸다. 한국경제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도대체 왜? 서브프라임이 뭔지는 워낙 언론에서 떠들어대서 대충 알겠는데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문제이길래 파산하는 금융기업이 속출하고 세계금융의 우산 같던 씨티그룹까지 휘청이는 것일까. 미국금융이 위기에 처했는데 왜 세계경제가 몸살을 해야하고 우리까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명박 정보는 자꾸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경제가 어려운 것이 비단 세계경제의 위기 탓일까. 

위기의 경제
8점
유종일 지음/생각의나무

‘위기의 경제’를 고른 것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로 익숙한 유종일 교수의 한국경제 진단과 처방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결과는? 기대를 충족했다. 

머리말에서부터 속이 시원하게 한마디 쏘아준다.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정치도 경제도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서 분명 지금의 경제 위기에는 정부의 무능에도 책임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뭔지 콕 집어낼 수 없어 막연한 비난만 했었는데 대신 톡 쏘아주니 속이 뻥 뚫린 느낌이다.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는데에는 정치적 리더쉽과 통찰이 필요하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정책남발이 아니라 총체적인 해결법이 필요하다. 

짧은 머리말을 넘기면 세장으로 나뉘어진 본문이 이어진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에서는 왜 미국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는지,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들어온 서브프라임 사태가 무엇이며 왜 문제를 일으켰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관련된 여러 통계자료와 각종 경제정책, 경제이론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라디오만큼 재미있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니 따분하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몇번이나 책을 덮기도 했다. 애초에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기에 그 내용을 익히려는 노력은 버리고 그저 술술 읽고 넘어갔다. 어디가서 강의를 할 것은 아니니까. 나중에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면 될 일인데 책 초반부터 관련 공부를 하며 머리 싸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년 내내 ‘집합’ 공부만 하다 수학공부 끝나는 일은 피해야지. 

개인적으로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 첫 장이 끝나고 이어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야말로 통렬한 비판이다. 속이 정말정말 시원하다. ‘세계 경제가 어렵습니다.’라는 부끄러운 핑계대기가 아니라 ‘제가 무능합니다’라는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며 내밀어도 좋을만큼 속속들이 문제점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위기의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이 제시된다. ‘경제민주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논의가 제시된다. 아쉬운 점은 당장 효과를 내기에는 어려운 제안이라는 것과 과연 이것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현실참여적 지식인의 이러한 제안이 앞으로의 우리경제가 보다 탄탄한 길을 가는데 일조할 것임은 의심하지 않는다. 

170 페이지가 채 안되는 얇은 책 한권으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위기의 경제’는 그 자체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두껍지 않은 책에 가능한 많은 내용을 싣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경제에 관심을 가지보려는데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는 누군가에게는 추천하기 좋지 않을까. 살아있는 지식을 현경제를 바탕으로 익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디 현 경제위기가 이명박 정부만의 책임이겠는가마는 세계경제 위기를 탓하기에 앞서 책임질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지적받고 그에대한 반성과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이하 경제정책 담당자들과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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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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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래도 저자의 목소리는 애초부터 정부를 향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렇게 위블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벌써 주말의 시작.
    행복하고 멋진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초하 31 January 2009 at 6:47 am Permalink
  2. 저도 그냥 쉽게 술술 읽으려고 했다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애를 좀 먹었답니다.
    정치민주화를 비롯하여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나름 의미있는 책이었어요.
    관련 글 엮어놓습니다.

    초하 31 January 2009 at 10:07 am Permalink
    • 초하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름 정리를 한 뒤에 다시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트랙백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LUV™ 31 January 2009 at 11:54 a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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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 January 31st, 2009, 6:4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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