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여주는 모범은 무엇일까 – '모범소설'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모범소설’입니다. 스페인의 대사상가인 우나무노의 작품이라는데 문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제가 알리 만무하지요. 그저 모범소설이라는 특이한 제목, 반면 그에 걸맞지 않은 괴기스러운 표지, 그리고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줄거리 안에 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을 것 같아서 웬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받아놓고 며칠을 뜸들이다가 어제 밤 비로소 책을 펼쳤습니다. 서문부터가 쉽지가 않네요. 서문이지만 가장 마지막에 썼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저도 서문은 가장 마지막에 읽기로 하고, 본문으로 넘어갔습니다. 하나의 장편소설이라고 짐작했는데, 세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네요. 원제가 ‘세 편의 모범소설과 서문’입니다.
다행히 빡빡한 글자가 아닌 시원시원한 단편이라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기가 무섭게 깊이 빠져듭니다. 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단숨에 책을 다 읽은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소설 자체가 방대한 분량은 아니지만, 독자의 마음을 쏙 빼앗는 마력이 있습니다.
세 개의 단편, 저자는 서문도 하나의 소설로 볼 수 있으므로 네 개의 단편이 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서문은 한번 읽어서는 쉽게 이해가 안되는고로 제쳐두고 진짜 단편 중 첫번째인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나머지 ‘두 엄마’와 ‘룸브리아 후작’은 호기심 자극용으로 남겨두렵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사랑을 받고 있습니까. 왜 그 사람을 사랑합니까. 그 사람은 나를 왜 사랑할까요.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의문은 오래 전부터 미해결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라지만 일단 머리가 개입을 하게되면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됩니다. 그때는 분명 사랑이 분명하다고 믿었는데 긴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건 사랑이었을까’에 대한 답을 선뜻 내릴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지금은 사랑일까요. 그 사랑과 이 사랑이 다르다면 하나는 틀린 것일까요. 사랑해서 내 것이길 바라는 것인가, 내 것으로 두고 싶어서 사랑하는 것인가요.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에 등장하는 훌리아와 알레한드로는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요.
훌리아는 남자들이 내가 아닌 나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는 것은 돋보이는 일이므로 남자들이 자기를 차지하려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남편인 알레한드로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지 확인받고 싶어합니다.
이상하게도 이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비누방울처럼 터져버릴까봐 그럴까요. 꼭꼭 숨겨둡니다. 훌리아가 백작과 사랑에 빠져도 알레한드로는 질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건 헛소문일 뿐이라며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하인과 바람을 피우고, 거기에 대해서 떳떳하기까지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 약한 남자입니다. 소설에서는 섬뜩한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내면은 약한 남자입니다. 그의 질투는 백작을 위선자로 만들고, 훌리아를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아래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하지요.
아, 읽다보면 ‘이 남자 나쁜 남자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즘 워낙 여기저기서 나쁜 남자 얘기가 많잖아요. 알레한드로도 정말 나쁜 남자인데 훌리아는 어느새 이 남자에게 빠져듭니다. 사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어느새 사랑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냐 아니냐의 판단이 결국 종이 한장 차이라면 나쁜 남자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음.. 옆길로 샜습니다.
단편의 마지막 부분은 의외였습니다.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하시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으시구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금 드는 생각은 ‘정말 사랑했을까’ 였습니다.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군요. 한번 읽고 덮을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편이니까 시간도 얼마 안걸리고 틈틈이 몇번이고 되뇌이며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마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얻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모범소설일까요. 내용은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데. 적어도 사회통념적인 그 ‘모범’과는 거리가 멉니다. 모범소설.. 모범이 되는 소설이라는 의미일까요. 소설이 담아야 할 모습에 대한 모범적인 예? 우나무노의 의도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서문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으면 조금은 깨우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