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등대를 찾아.. '멘토와 멘티'

12 April 2009 1 Comment Category: 의학적 수다


몇년 전 인터넷이라는 공간적 특성으로 e-멘토(mentor)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통해서 ‘멘토’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멘토가 뭔가 궁금했는데 설명을 듣다보니 새로울게 없어서 실망을 좀 했던 기억과 함께, 웰빙(well-being), 소울메이트(soulmate) 처럼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실천해오던 것들’을 그럴싸한 용어로 새롭게 포장해서 유행시키는 사람과 그것을 좇는 사람이 재밌게 생각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유행의 힘은 대단해서 대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기존의 지도교수라는 명함이 사라지고 멘토링 교수라는 최신 유행의 호칭이 붙기 시작했지요. 멘토링 교수님, 멘토링 선배, 멘토링 조원, 멘토링 후배.. 교수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멘티가 되고, 선배 입장에서는 후배가 자신의 멘티가 되고. 

제가 속한 멘토링 조를 한번 떠올려봅니다. 몇번이나 모임을 가지고 있나, 정식 모임 외에 선후배, 사제간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를 생각해보니 참담하네요. 비단 우리 조만 그런 것은 아닐거에요. 대부분이 스승의 날이나 학교축제 기간에 한두번 모임을 가질 뿐이죠. 그 모임에서도 식사와 술을 빼면 남는게 무엇인지 자신있게 말하기가 힘들구요. 지도교수조에서 멘토링조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안에서 조언을 얻고, 학습을 하고, 길을 찾는 과정은 예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부재한 현실입니다. 

도대체 멘토링조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어차피 정해진 조인데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 중인 ‘멘토와 멘티’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멘토링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내 인생의 등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라는 부제는 책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부풀리고 있었지요.

저자인 로이스 J. 자카리 (Lois J. Zachry)는 ‘멘토와 멘티’ 서문에서 멘토가 주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성장이라는 선물’이라고 말하네요. 성장은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물론 효과적인 성장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멘토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지요. 전통적인 지시-복종 형태의 학습 방식이 아닌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결정과 같이 새로운 형태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구요. 

이 책에서는 멘토링에 대해 8장에 걸쳐 단계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 3장까지는 기본 개념과 배경에 대해 소개를 하는데, 1장 ‘토대를 닦다, 학습에 집중하다’ 에서는 멘토링의 기본 과정이자 주요 목적인 ‘학습’을 주제로 다룹니다. 흔히 무관심하기 쉬운 학습과정과 학습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강조하고, 효과적이고 조화로운 멘토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을 법한 일화를 소개하고, 거기에서 하나씩 이론을 끌어내고 적용하는 전개 방식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책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해주네요. 

2장 ‘땅을 일군다’는 환경에 대한 고려를 주제로 합니다. 환경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취급하면 멘토링 관계에서 학습에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고 하네요.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까다로운 환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상황을 일반화해서 기술하지는 못하고 원거리 멘토링과 다문화 멘토링과 같은 큼직한 환경에서의 멘토링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e-멘토링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얻었는데요 사이버공간에서만 이루어지니 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감안해야 할 점이 꽤 많더군요. 

사실 이 책의 핵심은 4장부터 시작됩니다. 멘토링의 준비-협상-실현-종료에 이르는 단계별 과정과 멘토 사진의 성장에 대한 논의를 다루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책의 도입부만 읽어도 본그동안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멘토링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단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선배로서의 경험과 의견을 전하고, 조언이나 좀 해주는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멘토링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네요. 처음엔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렇게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멘토링의 결과는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성장을 선물할테니 노력이 아깝지 않을 듯 합니다. 

자꾸 공부, 공부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이 책은 멘토링에 대한 이론과 기술에 대한 책입니다..라고 단정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쪽으로 가까운 책입니다. 현인과 제자 사이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관계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거든요. 혹시나 그런 기대를 하고 계시다면 이 책은 어울리지 않아요. 

제자에게, 후배에게, 직장 부하 직원에게 훌륭한 멘토가 되고 싶으신 분은 ‘멘토와 멘티’를 읽어보시면 좋을거에요. 멘토링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멘토링을 갓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차례대로 읽으셔도 되고, 이미 실천하고 계신 분은 취약부분을 찾아가며 읽어도 됩니다. 중간중간에 멘토링 준비 과정을 연습해 볼 수 있는 지시문이 자주 나오는데 눈으로만 읽고 넘어가지 말고, 직접 연필을 들고 고민하며 참여하길 권합니다. 재미있어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멘토링 기술도 익히고 일석이조.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지만 꼼꼼이 읽으면서 따래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 소개도 계속 할 겸, 멘토링 기술도 알려드릴 겸 몇 번에 걸쳐서 글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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