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19 April 2009 9 Comments Category: 주저리 주절


아,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다음 아고라에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오호, 통재라. 

이제는 환율이 올라도, 주가가 떨어져도 그런가보다 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고, 주가가 올라도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주가지수와 환율에 일희일비하다가 지쳐버린 탓일까.  내가 언제부터 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까. 예금과 적금 말고는 관심이 없었기에 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외환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는데 내 입에서 주가와 환율 이야기가 나오다니 놀라운 일이다.

몇년 전 펀드 열풍이 휘몰아쳤다. 그 바람이 얼마나 크던지 착실하게 저금이나 하면서 살아온 나도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였다. 들썩이다 못해 하루가 멀다하고 은행을 드나들며 이런저런 상담을 받고 권유와 충동으로 가입한 펀드가 모두 7개나 되었다. 어차피 적금들 돈인데다가 한참 동안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 유행하던 말 그대로 ‘장기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펀드수익률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펀드 광풍이 한국을 휩싸고 있을 때 전문가들은 경고를 시작했지만 의례히 하는 형식적인 제스처로 받아들였다. 이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걱정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우리나라 경제가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 그 여파가 몰려왔다. 큰 펀치를 날리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것 뿐이었다. 세계 경제 한파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국내에서는 이상한 경제정책으로 더욱 목을 죄는 형국을 만들어갔다. 주가지수 2천 돌파라는 축포와 펀드수익률 80%라는 기염은 한 순간의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다. 반토막난 펀드와 주가 1300에 지어지는 행복한 웃음이 현실을 말해준다. 

누구 책임일까? 어느 하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유종일 교수는 ‘위기의 경제’에서 정부에게 따끔한 쓴소리를 날렸다. 그 책을 읽으며 함께 이명박 정부를 욕하며 분풀이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강남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지만 어디든 분풀이 할 곳이 있어야하는거 아니겠는가. 

분풀이야 그렇다고 치고, 잘잘못을 떠나서 나는 경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시작했을까. 얇은 귀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리는 펀드 얘기에 혹해서 시작했으니 내 반토막 펀드의 가장 큰 책임은 나에게 있다. 경제의 근본원리나 경제지표를 보는 법도 모른채, 주가지수 숫자 그 자체만 볼 줄 아는 까막눈으로 섣불리 덤볐으니 더 말해봐야 무엇할까. 

뉴스에서 경제 관련 소식이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내게 남는 것은 결국 주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그 뿐이었다. 중간에 무슨 정세가 어떻고, 정책이 어떻다는 것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더라. 예를들어, ‘선물환’이라는 용어가 나왔을 때 이게 ‘선물+환’ 인지 ‘선+물환’인지도 모르겠고, 뜻이 뭔지는 당연히 모르는데 뉴스 내용이 이해가 될 리 만무하다. 결국 남는 것은 앞으로 상황이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에 대한 예측 정도. 

이렇게 기본지식이 없다보니 내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렇다고 기자나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선뜻 내키지는 않고, 결국 늘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선택을 했으니 지금의 결과에 대해서 누구를 탓하리. 

책 소개하려다가 옆 길로 샌 것 치고는 너무도 많이 돌아온 것 같다. 위드블로그 캠페인을 통해 손에 쥐게된 ‘경제독해’는 세일러님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안타깝게도 아고라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 글들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진작 알지 못한 것이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 이제서야 알게된 것이 가슴이 아플만큼 내용이 좋은 책이다. 

지식의 원천 가운데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은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게 해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판단, 판단에 대한 책임 등 종합적이고 감각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그래서 책만 읽어서는 시험지 위에서만 똑똑하지 실전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칸트도 아닌데 갑자기 경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경제독해’라는 이 책은 경험을 통한 학습을 전달한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공부시간을 만들어준다. 왜? 우린 지금 온 몸으로 경제 한파 속을 걷고 있다. 필요한 것은 지금의 이 한파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외우는 것은 어렵지만, 늘 보던 것이라면 이름 한번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은, 뭐랄까, 단편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다고 할까. 한 꼭지 한 꼭지 읽을 때마다 비밀이 벗겨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혹은 무작정 외우다가 책을 내던지고 말았는데, 예쁜 과외 선생님이 오셔서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줘서 큰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선물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게 뭔지도 잘 몰랐고, 어떤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신기하게도 선물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책이 쓰여져있다. 

경제독해 본문 중
그림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에 현실 경제가 오버랩되면 책을 읽는 동안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경제가 돌아가는 눈이 조금씩 뜨인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왜 이런 것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거지?

쉬운 경제학 책은 많이 찾을 수 있다. 입문자라면 흥미를 심어주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 보다는 재미있고 가벼운 소재를 이용하는게 나을 수 있다. 경영을 다룬 책 가운데서는 ‘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가 그 예가 되겠다. 쉽게 시작했다면 점차 깊이있는 책으로 옮겨가게 될텐데, 앞서 얘기한 ‘위기의 경제’와 같은 책은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쉽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얇은 책에서 구구절절 설명을 할 수는 없었을터,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분이 읽으면 스스로 곁가지에 꽃을 피울 것 같은 책이라고 할까.

‘경제독해’, 이 책은 7개의 장에 걸쳐서 환율이 왜 오르기만 했는지, 부동산은 어떻게 계속 오를 수 있었는지, 인플레이션인지 디플레이션인지, 경제학과 세상의 이치는 뭔지, 미국 한 나라 때문에 세계가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다양한 경제상황에서 대처를 어떻게 할 지, 한국경제의 장기 비전은 어떤지를 서술하고 있다. 

내용만 보아서는 여느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지만 – 다른 책을 많이 안봐서 잘 모르겠다 – 이 책의 묘미는 한국적인 시각과 현실적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경제학자의 이론을 늘어놓는 따분한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경제 문제를 다룬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한국 경제, 먼 옛날 자료가 아니라 지금의 자료를 이야기 하므로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현실 문제와 지표를 분석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알려주면서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저자도 책머리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근본원리와 경제지표를 보는 안목이 있으면 스스로 판단하는데 정말 무리가 없을지 자신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아, 책 말미에 저자가 전하는 조언이 있다. 주식, 펀드 투자가에게 대한 조언부터 해서 예금, MMF, 금, 외환, 보험 등에 대한 조언을 남기고 있는데,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책을 쓴 저자가 남기는 조언이라고 하면 기대치가 높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읽어보면 기대하던 것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거 하면 돈 된다’는 족집게 과외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세일러님도 결국 여느 전문가들과 비슷한 원론적인 조언을 전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바로 그 부분에서 ‘스스로 내리는 판단’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이론과 경험이 빚어낸 한 권의 책 ‘경제독해’를 정독한 후 경제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나의 안목은 훨씬 더 넓혀져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련사이트
- 다음 아고라 ‘세일러’ 글 목록
- 다음 > 뉴스(미디어다음) > 아고라 > 토론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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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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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책을 진작에 봤어야하는데…–;

    그나저나, 수요일은 제가 시간이 안되겠네요. 아까운 초대권을 어쩐다지요? ^^;

    며칠전에 예술극장 온에서 오랜만에 연극을 봤는데, 괜찮더군요. 다행히 일행이 있었다는…^^;;

    JK 20 April 2009 at 7:49 am Permalink
    • @JK, 그러게요. 이제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일 공연은 이래저래 모으다보니 18명이나 되네요. 뜻하지 않은 단체관람이 되겠습니다. ‘온’에서 무서운 가족 보셨나 보네요. 저도 불러주시지~.

      LUV™ 21 April 2009 at 11:34 pm Permalink
  2. 스스로 내리는 판단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라는 말씀에 동감해요. 단지 경제지식을 전달하는 책과 달리, 경제에 대한 통찰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

    리브홀릭 20 April 2009 at 9:02 am Permalink
    • @리브홀릭, 모처럼 재미있게 공부 했습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게 꼭 개인과외 받는 것 같죠?

      LUV™ 21 April 2009 at 11:36 pm Permalink
  3. 안녕하세요. 위드블로그 도서 캠페인 담당자 새우깡소년입니다.

    이렇게 찾아뵌 것은 도서 캠페인 베스트 리뷰어로 선정되셔서 축하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당초 베스트 리뷰어 발표 시한보다 1주일 가량 늦게 발표가 된 점 죄송합니다.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베스트 리뷰어 선정에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양해 부탁 드립니다.

    깔끔하고, 재미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위드블로그 많이 사랑해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새우깡소년 27 April 2009 at 3:04 pm Permalink
    • @새우깡소년, 고맙습니다. 위드블로그 캠페인을 통해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하는데..^^

      LUV™ 2 May 2009 at 10:42 am Permalink
  4. 저도 이 책을 읽고 투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달러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관련해서 블로그 글도 써놓았으니 관심 있으시다면 읽어 보시고 좋은 아이디어 부탁드리겠습니다.
    http://oakdole.blogspot.com/2009/06/blog-post.html

    옥돌 12 July 2009 at 2:16 am Permalink
    • 저는 달러에 투자할 정도는 아니고, 외화정기예금에 넣어둔 푼돈은 있는데 관련글이 궁금해지네요.

      G. Kim 28 July 2009 at 3:59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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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D LOG | April 27th, 2009, 5:3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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